
보석은 생필품이 아니다. 없어도 일상은 굴러가고 당장 불편하지도 않다. 사람들은 보석을 ‘귀중품’이라 부른다. 단순히 값비싸서만은 아니다. 어떤 순간이 오면 우리는 말보다 먼저 보석을 꺼내 든다. 삶의 중요한 장면에 등장해서일 것이다. 프러포즈 반지, 기억을 대신하는 귀걸이, 세대를 건너 전해지는 작은 장신구 하나까지. 그렇다면 질문하게 된다. 보석은 우리 삶에 필요한가 아닌가.
보석감정사이자 주얼리 가치평가사인 김성기 대표는 25년 이상 현장에서 보석을 다뤄온 전문가다. 보석 감정과 유통, 교육과 컨설팅, 투자 자문에 이르기까지 시장 논리 속에서 움직이는 보석의 세계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다. 그가 이번에 <보석이 필요한 이유>를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캐럿이나 가격표 대신 우리가 보석을 손에 쥐게 되는 그 순간의 마음을 떠올리게 만든다. 지난 1월 20일 ‘젬 티처(Gem Teacher)’라 불리는 김성기 대표를 만났다.

— ‘보석이 필요한 이유’라는 질문이 언제 생겼나요.
“작은 돌 하나가 무엇이라고 사람들이 이렇게 소중하게 생할까? 왜 이렇게 고가일까? 이유가 뭘까? 이런 생각을 한 것은 25년 전 보석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였습니다. 그래서 그 답을 얻고자 더 열심히 보석 공부를 했습니다.”
— 왜 하필 ‘보석’이었나요? 주얼리 업계에 입문한 계기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우표와 동전처럼 작은 것을 수집하기를 좋아했어요.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1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토목 일을 내가 오랫동안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어서 퇴사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찾기로 생각하던 차에 그때 신문에서 ‘보석’이라는 두 글자가 있는 광고를 보고 보석 학원에서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실패했으면 요리사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웃음).”
— 업계 입문 후 첫 직업은 무엇이었나요.
“등록한 보석 학원에서 교육 3개월쯤 지나서 강사 연수를 받을 생각이 있는지 제안이 왔습니다. 강사 한 분이 창업을 위하여 퇴사를 준비한다고요. 그때 보석 자격증 시험 준비와 강사 연수를 병행하면서 하루 종일 보석만 4개월 동안 보고, 자격증 취득 후 6개월의 강사 연수를 받고 바로 보석 감정 교육 강사로 업계에 입문했습니다. 참 운이 좋은 거지요. 당시 전국에 보석 감정 강사가 10여명밖에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김성기 대표는 25년 전인 2000년에 보석 강의를 시작하며 ‘보석 쌤’, ‘젬 티처’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1년에는 인터넷 카페 ‘젬스쿨’을 운영하며 보석 정보를 교육생과 업계에 공유했다. 2년 만에 카페 회원 수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젬 티처’로 불리기 시작했다.
보석 감정 교육 강사로 업계에 입문한 그는 GIA 코리아 부원장과 케이옥션 명품 팀 이사를 거쳐 현재는 코리아주얼리센터 대표이자 한국주얼리가치평가원 원장, 서울옥션 보석 분야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자이자 보석감정사, 주얼리 가치평가사로서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수많은 고가 보석을 감정하고 가치를 평가해 왔으며 선후배 보석 전문가들과 함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가교 역할을 해오고 있다.

— <보석이 필요한 이유>를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몇 년 전부터 보석 전문 서적을 집필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일본의 저명한 보석학자가 쓴 보석 백과를 한국어로 번역해 출판하자는 제안을 받고 지금이 보석 전문 서적이 꼭 필요할 때라고 생각하여 보석·주얼리 전문 출판사인 주얼인북스를 지난해 만들었습니다. 제 출판사의 첫 번째 책은 제 책으로 출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 보석을 오래 다뤄오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은.
“정말 아름다운 보석이나 고가의 보석을 만날 때입니다.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보석이 제 손에 있고 정말 이 보석의 가치(금액)가 어떤 이유에서 결정이 되었는지 ‘누가 이 보석의 가치를 결정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TV 방송 ‘100인의 감정쇼’에 김병현 야구 선수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두 점을 감정하기 위하여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그 반지에 담긴 의미를 살펴봤는데 반지의 크기나 소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역사, 감동, 기억, 그리고 상징이 그 안에 담겨 있었어요. 저는 다시금 보석의 가치에 대하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 책을 쓰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였던 부분이 있었다면.
“가치와 가격의 오해를 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보석에 싸고 비싸고는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고가의 보석은 분명히 높은 가치가 있습니다.”

— 보석이 ‘상품’을 넘어서 사람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실감한 사례가 있다면.
“초등학교 친구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인 자수정 반지를 본인이 착용하겠다며 반지 사이즈를 수리하러 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이즈를 수리하다가 자수정에 큰 금이 가는 일이 생겼습니다. 친구는 물론 저도 마음에 금이 가는 느낌을 받았지요. 그냥 반지일 수도 있지만 그 반지는 반지가 아닌, 아버지와의 추억이라는 생각을 모두 했습니다. 반지는 다른 자수정으로 교체했지만 친구는 지금도 두 조각 난 자수정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 직접 경험한 보석이 가장 강력한 ‘몸짓’이 된 순간은.
“처음 보석의 내포물을 현미경으로 검사했을 때였습니다. 그 보석이 ‘선스톤’이었는데··· 아름답게 반짝이는 운모라는 내포물들이 이 작은 보석에 들어있는 것이 신비롭고 놀라워서 더 보석에 관심이 갔죠. 일반인들이 보석을 접하는 것과는 좀 달랐지요. 저에게 가장 강렬한 몸짓이 된 그 순간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 기억이 담긴 대표님의 보석을 소개해 주신다면.
“지난해 결혼 20주년이 되었습니다. 결혼할 때 아내(주얼리 디자이너)가 만들어 준 것이 넥타이핀인데, 트위저(보석을 집는 도구) 형태가 다이아몬드를 잡은 디자인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보석 업계에서 몸담는다는 마음으로 늘 착용하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넥타이핀이 유행이 아니라서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 책에 실린 이미지를 선정한 기준은.
“보석·주얼리 관련 책 집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저도 많은 고민 속에서 책의 이미지는 모두 업계에서 가까이 지내는 명장님, 교수님, 디자이너분들에게 부탁을 드려서 사용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한 이미지는 아내의 작품입니다.”
— 젬틀맨(Gemtleman)은 어떤 의미인가요.
“젬 티쳐, 젬 쌤으로 활동을 오래 했지만 이제는 강의보다 가치 평가와 비즈니스 컨설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면서 지금의 저와 어울리는 닉네임을 찾던 중 어느 날 꿈속에서 ‘보석 신사, 젬틀맨’이라는 닉네임을 찾았습니다.”

— 이제 막 보석을 사기 시작하는 사람에게 한마디 조언해 주신다면.
“꼭 비싸지 않아도 천연 보석을 많이 보고 구매하기 바랍니다. 어떤 보석이 나의 마음과 감정을 흔드는지를 확인하고 본인과 맞는 보석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 우리에게 보석이 필요한 이유, 뭔가요.
“나와 항상 같이하는 친구 만들기. 어디든지 같이 갈 수 있고, 보고, 만지고,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요.”
— 대표님에게 ‘보석’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저에게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 준 존재입니다.
여성경제신문 민은미 주얼리 칼럼니스트 mia.min1230@gmail.com
